K - 유학 생존기/내 도파민

시즌마다 색이 다른 로맨스

해영이의 성장일기 2026. 6. 30. 00:06

 

 

이 시리즈는 신기하게도 외전부터 먼저 본 시리즈였는데 외전을 너무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본편은 시즌이 여러 개라 시작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시리즈였다. 게다가 이상하게 1화를 틀 때마다 “음… 재밌긴 한데 진도가 느려서 아직 잘 모르겠다” 싶은 느낌이 있어서 2화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류의 시리즈였다. 그런데 지난 방학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1화, 2화를 쭉쭉 보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와 있던 시즌을 전부 정주행하고 있었다(아마 볼게 그 정도로 없어서 그럴 수도 ㅎㅎ)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시즌까지 보게 되면서, 결국 브리저튼은 나에게 거의 인생 시리즈가 되었단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이 시리즈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브리저튼에 끌리게 되었는지 써보려고 한다. 일단 브리저튼의 가장 큰 매력은 시즌마다 사랑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사교계, 같은 귀족 사회, 같은 브리저튼 가족을 배경으로 하지만 각 시즌이 반복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로맨스 소재를 다양하게 썼다 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 브리저튼 가족 설정 중에서 8남매의 이름이 Anthony, Benedict, Colin, Daphne처럼 A, B, C, D 순서로 시작한다는 점도 신기하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설정인데, 이런 작은 디테일 덕분에 브리저튼 가족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졌다 해야 하나? ㅎㅎ 그래서 단순히 “예쁜 드레스와 무도회가 나오는 로맨스”가 아니라 매 시즌마다 다른 로맨스 공식?을 가져와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되고 흔들리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 시즌을 보고 나면 “이번 시즌이 제일 좋은데?”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또 처음부터 다시 떠올리면 결국 하나를 고르지 못하게 된다.

 

시즌 1은 주인공들의 비주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정말 그림처럼 예쁜 두 사람이 나와서 눈이 즐거웠고, 뒤로 갈수록 두 사람에게 점점 정이 들었다. 단순히 예쁘고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느낌을 넘어서, 서로의 상처와 결핍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특히 시즌 1은 사교계라는 세계가 얼마나 화려하면서도 복잡한 곳인지 잘 보여준다. 겉으로는 무도회와 드레스, 완벽한 예절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가문, 평판, 결혼 시장, 소문, 욕망이 얽혀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예쁜 동화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주 복잡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브리저튼》의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들 사이의 갈등이 거의 마지막까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 중간쯤에 마음이 통하고 후반부에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도 많은데, 《브리저튼》은 끝까지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이제 화해하겠지?” 싶으면 또 문제가 생기고, “이제 솔직하게 말하겠지?” 싶으면 또 엇갈린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 긴장감 때문에 계속 다음 화를 누르게 되는 것 같다.

 

시즌 2는 개인적으로 감정선이 정말 강했던 시즌이다. 서로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사실은 누구보다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잘 느껴졌다. 이 시즌의 매력은 말보다 눈빛과 분위기에 있다. 대놓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생긴다. 서로를 밀어내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끌리는 느낌이 있어서, 로맨스의 설렘과 답답함이 동시에 극대화된 시즌이었다. 그래서 시즌 2는 “enemy to lover” 장르가 왜 인기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 시즌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시즌 3은 분위기가 또 달랐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사랑으로 바뀌는 “friend to lover” 구도가 중심이라, 앞선 시즌들보다 감정의 결이 조금 더 익숙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특히 여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 좋았다. 외모적으로도 훨씬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변화가 있지만, 단순히 “예뻐졌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숨기지 않으려는 느낌이 있었다. 그동안 주변부에 있던 인물이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주인공 버프를 제대로 받는 느낌이랄까 ㅎㅎ그리고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중요해지기 때문에, 단순한 로맨스뿐만 아니라 정체성, 비밀, 자기표현의 문제까지 같이 따라가게 된다. 사랑을 얻는 것만큼이나 “나는 누구인가”, “내가 숨겨온 모습을 어디까지 드러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즌이었다고 느꼈다.

 

시즌 4는 또 다른 의미로 신선했다. 한국계 배우가 주요 인물로 나온다는 점부터 신기했고 반가웠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리는 느낌이 강한데, 문제는 그 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계급 차이, 신분 차이, 사회적 시선, 각자의 위치가 두 사람 사이를 계속 가로막는다. 특히 주인공이 “나의 정부가 되어줄래?”라고 묻는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그 마음을 결혼이 아니라 ‘정부’라는 방식으로밖에 상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 사이의 계급 차이가 얼마나 큰지 확 느껴졌다. 설레야 할 고백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너무 현실적인 벽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시즌 4는 로맨스의 설렘도 있지만, 동시에 “사랑만으로 정말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즌처럼 느껴졌다.

 

이 점에서 《브리저튼》은 매 시즌 로맨스 공식을 다르게 쓰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소재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세계관 안에 자연스럽게 묶여 있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시즌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아, 이게 브리저튼이지” 싶은 통일감도 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순히 로맨스가 설레서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설레는 장면도 많고, 주인공들이 예쁘고, 의상과 음악과 무도회 장면도 너무 아름답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매력은 화려한 세계 안에서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자유를 선택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 세계에서는 결혼이 단순한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가문, 평판, 계급, 사회적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사랑이 더 간절해 보이고, 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더 큰 용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고 느낀 순간은 드라마를 보고 원작 책까지 읽어보고 싶어 졌을 때였다. 드라마를 보고 책을 빌리고 싶어진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시리즈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원작까지 찾아보고 싶어 져서 빌리고 오긴 했었다 (근데 빌리고 와서 얼마 안 되고 넷프렉스가 시즌5 예고편을 내놓았다 ㅜㅜ) 원작에서 이렇게 바뀐 거 좀 아쉽긴 한지만 그냥 다음 시즌도 잘 만들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결론으로는 지금까지도 쵀애 카렉터를 고르라 하면 매 시즌마다 자기만의 개성이 확실해서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는 점... 그래도 고르자면? 시즌1 여자 주인공? 이유: 겁나 이쁘당 ㅎㅎ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