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유명한 배우나 맘에 드는 배우를 보고 드라마를 골라보는 사람인데 ㅎㅎㅎ 이 드라마만큼은 어쩌다 보다가 배우님들까지 좋아하게 된 유일한 케이스다 (물론 그 배우님들이 유명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나의 기준에서, 그리고 내가 봤던 드라마들 중에서 여주, 남주로 자주 접했던 분들이 아니어서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다는 사실) 암튼 일단 그때는 그냥 눈에 띄어서 첫화를 보게 되었던 것 같은데, 소재가 진짜 신기했고 바로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달까?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그냥 초능력자 가족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첫화부터 설정이 너무 특이했다. 분명 능력자인데,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 지금은 능력을 잃어버린 이상한 가족이라니? 행복한 과거로 타임슬립할 수 있었던 아빠는 우울증에 걸려 행복도 능력도 잃어버렸고, 예지몽을 꾸던 할머니는 불면증에 걸려 통 잠을 못 주무시고, 하늘을 훨훨 날던 고모는 비만으로 몸이 무거워져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단다. 아니 설정만 보면 좀 웃긴데, 막상 보면 뭐가 우울한 감정이 깔려 있는 느낌이당!
초능력을 잃었다는 게 단순히 “자기 능력을 못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 인생에서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고. 아빠는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정작 현재의 삶에서는 행복을 잃어버렸고, 할머니는 미래를 볼 수 있었지만 잠을 잃어버렸고, 고모는 날 수 있었지만 자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이 가족은 히어로라기보다는 그냥 각자 자기 삶에 치여 망가진 사람들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집에 결혼 사기를 목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여자, 도다해.
처음에는 “아 얘 사기꾼이구나” 하고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미워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복씨 가문을 이용하려고 들어온 사람인데, 그 사람도 또 자기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된 사람이라서. 이 드라마는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단순하게 나쁘다, 착하다로 나누지 않는 점이 좋았다. 특히 복귀주랑 도다해의 관계가 묘했다. 둘이 처음부터 막 운명적인 로맨스! 이런 느낌이라기보다, 둘 다 어딘가 망가져 있고, 둘 다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어쩌다 보니 서로의 삶에 들어오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로맨스인데도 엄청 달달하기만 한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조금 쓸쓸하고, 이상하고, 근데 또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제일 좋았던 게 “초능력”을 엄청 화려하게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 초능력자가 나오면 세상을 구하거나, 악당이랑 싸우거나, 능력으로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 능력들이 되게 개인적이고 슬프다.
그리고 배우님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진짜 이 드라마는 배우님들이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렸다. 처음엔 배우 보고 정주행 하게된거 아니었는데, 보다 보니까 정들게 됨 ㅎㅎ 특히 도다해 캐릭터, 처음에는 이 여자가 복씨 가문을 어떻게 속일까 궁금해서 봤다면, 나중에는 이 사람이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렇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복귀주도 처음엔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답답할 수 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이 캐릭터의 핵심이었다. 행복했던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 이거 너무 슬프지 않나 ㅠㅠ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엄청 좋은 능력 같지만, 그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오히려 저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ㅜㅜ
그리고 복씨 가족들 다 어딘가 이상한데, 보다 보면 정이 든다. 처음에는 “이 집안 뭐야?” 싶은데, 갈수록 다들 자기 방식으로 아프고, 자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구나 싶어진다. 능력이 없어져서 불행한 게 아니라, 불행해서 능력을 잃었다는 느낌? 이게 생각보다 마음을 건드렸다. 이 드라마는 분위기도 되게 특이했다. 막 엄청 밝은 힐링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어두운 장르물도 아니고, 로맨스인데 판타지고, 판타지인데 가족극이고, 가족극인데 또 사기가 섞여있는 ㅋㅋ 그리고ㅜ보다보면 어느 순간 캐릭터들이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여곡절 끝에 결말도 되게 잘 맺어서 좋음 ㅠㅠ
그리고 제목도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진짜 이 사람들은 히어로처럼 멋있게 세상을 구하지는 못한다. 자기 자신 하나 구하기도 버거워 보인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사람 같다는 것.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버티고, 누군가를 다시 믿고,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 돌아오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으니까. 암튼 나는 이 드라마를 어쩌다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처음엔 소재가 신기해서 봤고, 중간엔 캐릭터들이 궁금해서 봤고, 끝에는 이 이상한 가족이 조금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게 된 드라마였다. 그리고 배우님들까지 좋아하게 된 건 덤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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