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유학 생존기/내 도파민

아직도 문득 생각나는 드라마

해영이의 성장일기 2026. 7. 15. 13:48

 

사실 요즘 마음에 드는 한국 드라마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라서 쓸 것도 없는 찰나에, 예전 드라마들을 다시 정주행하다가 문득 생각났다 (물론 나의 정주행이라는 게 그냥 가볍게 유튜브에 올라온 몰아보기 정도다 ㅎㅎ) 그러다가 앗... 나 그렇게 짧게 몰아보기 말고, 두고두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다운 정주행을 했던 예예전 드라마들이 있었지 싶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최애였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이 드라마가 나한테 얼마나 영향이 컸냐면? 한국어로 첫 일기를 쓰던 시점에도 이 드라마 16화 내용을 한 화씩 감상까지 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사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외우기도 했었다. 일단 첫 화부터 고문영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게 다가왔다. 근데 이 강한 캐릭터 앞에서 문강태도 만만치 않다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 같기도 하다. 둘 다 너무 다르게 상처를 가진 사람들인데, 다시 서로를 만나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변하는 게 좋았다.

 

워낙 너무 유명한 드라마라 줄거리보다는 그냥 보면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뭐가 그렇게 끌려서 맨날 다시 보게 되는지 얘기해보자면, 일단 매화 펼쳐지는 이야기와 관련된 동화가 하나씩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어렸을 때 들어봤던 아는 동화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니? 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동화가 그냥 한 화 이야기처럼만 들어간 게 아니라, 인물들이 가진 상처나 감정이랑 엮이는 게 좋았다. 그걸 첫 화부터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것도 좋았고.

 

동화와 관련해서 나온 대사 중에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몇 줄 적어놨던 게 있는데, 좋았던 대사를 몇 가지 써보자면...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ep1 . 이 대사는 진짜 지금 봐도 마음에 남는다. 보통은 아픈 기억을 잊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잊지 말고 이겨내라고 말하는 느낌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같은 자식인데... 하도 투명인간 취급해서 제발 나 좀 봐달라고 미쳐 날뛰다... 라고 하는 그 정신환자 화도 마음에 남았다. 그 장면도 그냥 지나가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은 누구나 봐달라는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고문영이 항상 하는 말인데, “그렇게 참고 누르다가 병 나.. 놀고 싶음 놀아야지!!” 겁쟁이, 위선자라고 ㅎㅎ 그렇다가 “나 그냥 너랑 놀까? 그럴까??” 라고 마음을 여는 문강태씨~~ 예예 제발 놀아줘요..(왜냐면 나는 처음 화들은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형을 돌봐줘야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자기 자신을 억누르면서 살고 있는 강태가 자꾸만 불쌍했다)

 

“예쁨 받고 싶은 게 보여...” 진짜 이 장면 겁나 예뻐!! 어떡해 우리 강태....

자식이 부모한테 쓸모가 있어야 합니까?
엄마는 참 따뜻하구나..아이가 원했던 건 먹이였을까? 엄마의 온기였을까? ep4

 

이런 대사들도 너무 좋았다. 특히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해진다. 그냥 슬프다기보다는, 어떤 결핍을 너무 조용하게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그때 문강태가 했던 말 중에 나는 형 하나로 충분히 버거워, 더 이상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냥 문강태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험하게 살아왔어야 했나 싶었다. 분명히 어린애였는데, 왜 그렇게 애를 상처로 키웠냐 싶을 정도로 슬프다. 그리고 항상 형한테 맞고 다니는 것도, 형 화가 식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답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뭐 내가 생각해도 그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긴 하지만, 나라면 뭐가 되든 그렇게는 안 산다는 생각도 들었다. 얘는 착한 게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너무 오래 묶여 있어 목줄 끊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양치기 소녀가 외로워서 거짓말했다는 거...”

 

사실 진짜 이 드라마에 나온 거의 모든 대사가 공감이 되고 마음의 울림을 주는 느낌이었다. 보면서도 계속 연관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얻을 게 많다는 느낌이다. 그냥 예쁜 장면과 예쁜 대사만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찌르고 또 어떻게 서로를 살리는지 보여주는 드라마라서 좋았다. 고문영도 문강태도 정상적인 사람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이상하고 불안하고 상처가 많은데도 계속 살아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 몰입도를 더해준 게 OST들이 아닌가 싶다. 장면마다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리고, 듣기만 해도 그때 장면이 생각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 노래만 들어도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진다. 암튼 나한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냥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라기보다는,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드라마다. 한국어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도 이 드라마 얘기를 썼고, 시간이 지나도 아직 다시 생각나는 걸 보면 진짜 좋아하긴 했나 보다. 즘 마음에 드는 새 드라마를 못 찾아서 그런지, 예전 드라마들이 더 생각나는 요즘이다.

 

Ps. 글이 되게 엉망인데 나도 못 쓰겠어서 걍 올림,, 기회되면 다시 정리해볼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