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나는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 의사였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나중에 의대를 가겠지”라고만 생각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인생은 정말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 코로나가 바꿔버린 첫 번째 계획
202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망할 코로나 때문에 대학교에 바로 진학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1년 정도를 쉬게 되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었다. 시간은 넘치게 많았고 딱히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언어나 배워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선택이 내 인생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 같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작했던 한국어 공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또 터졌다. 바로 미얀마 쿠데타. 정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미얀마에서는 정상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때 처음으로...
“이제 어떡하지?”
그 순간 예전에 가볍게 시작했던 한국어가 내 인생에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줬다. 바로 유학이었다. 유학을 알아보니 TOPIK 성적만 있으면 한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마침 코로나 이후 미얀마에서 처음으로 토픽 시험이 열렸고, 그 시험에서 한 번에 6급을 받아야만 유학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무조건 6급. 그때부터 약 3개월 넘게 정말 시험만 바라보면서 살았던 것 같다. 놀지도 않고, 다른 생각도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6급만 받자”라는 생각으로 공부에 몰두했다. 그리고… 결과는 독학으로 한 번에 6급 합격. 점수를 확인하던 순간의 기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한국 대학 원서 접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과정을 혼자 했다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 회화 연습을 하려고 가볍게 깔았던 한 어플에서 정말 우연히 한국인 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토픽 시험 준비부터 입시 준비, 복잡한 서류 절차, 지원 과정까지 내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려주셨다. 낯선 나라, 낯선 입시 제도 속에서 길을 몰라 헤매던 나에게 한 줄기의 빛을 만들어준 분.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서 정말 감사한 분이다.
🤯 전공 선택이라는 또 다른 난관
그런데 또 하나의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나는 평생 “의사가 되고 싶다” 이 생각밖에 안 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외국인은 한국 의대 진학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제야 처음으로 “그럼 나는 무슨 과를 가야 하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의대를 제외하고 생각해 봤던 선택지는
- Civil Engineering (토목공학)
- Business (경영학) 밖에 없었는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둘 다 나한테 안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끌리지도 않았고 “이 길이다!” 싶은 느낌도 없었다.
💻 수학 좋아하던 나에게 나타난 전공
다른 전공들을 계속 찾아보다가 문득 한 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Computer Science
생각해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정말 좋아했다. 문제 푸는 것도 좋아했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미얀마에서는 컴퓨터공학이 그렇게 인기 있는 전공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전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전공을 찾아볼수록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나는 컴퓨터공학과에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공대가 유명한 학교를 찾아 알게 된 학교가 바로 한양대학교. 학교 분위기, 전공 평판, 커리큘럼을 찾아볼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끌렸다. 그렇게 나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의사를 꿈꾸던 시골 소년은 어쩌다 보니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학생이 되어 2023년 9월,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인생은 참 신기하다. 가볍게 시작했던 언어 공부 하나가 나라를 바꾸고 전공을 바꾸고 내 인생의 방향까지 바꿔버렸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정말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에 와서 내가 배우고 싶었던 전공과목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긴 한다. 가끔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수업을 이해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이 일상이 힘들기만 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는 성취감으로 느껴지고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다잡고 다시 힘을 내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믿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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