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유학 생존기/준비과정

지금은 눈 감고 봐도 6급 나오는 유학생의 TOPIK 공부법

해영이의 성장일기 2026. 3. 13. 01:15

 

전에 말했듯이 나는 완전히 종이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험이 있다 하면 일단 공부할 자료를 넉넉하게 준비해 두고 무작정 “다 공부해 버리자”라는 계획만 세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토픽 시험 3개월 전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예상 문제 20세트를 전부 프린트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독기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그다음에 한 건 문제 유형 분석이었다. TOPIK 시험은 크게 듣기, 읽기, 쓰기로 나뉘는데 나는 하루에 듣기나 읽기 문제 한 세트를 푸는 걸 목표로 잡았다. 듣기는 생각보다 쉬워서 어떤 날에는 두 세트씩 풀기도 했다. 문제는 읽기였다. 읽기 문제를 풀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단어 부족이었다. 50문제 중에서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문제가 많아야 20개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모르는 건 그냥 다 외워버리자.” 한 세트를 풀고 나면 모르는 단어를 전부 받아 적고 번역기를 돌려 뜻을 찾았다. 그리고 그걸 단어장처럼 만들어서 계속 읽었다. 이걸 20세트 문제 전부에 반복했다. 단어가 엄청 많이 나왔지만 내가 세운 방식은 하나였다.

“일단 계속 읽어라. 읽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뇌에 박힐 거다.” 물론 그냥 무작정 읽은 건 아니었다. 단어를 보면서

“아까 나온 단어랑 비슷하네?”
“이 단어는 이런 상황에서 쓰는 거구나”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계속 연결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반드시 다시 찾아보고 넘어갔다. 이 방법을 한 달 정도 계속하니까 신기하게도 단어장의 70% 정도는 머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 단계는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면서 번역해 보는 것이었다. 이제 단어 뜻을 어느 정도 아니까 문제 자체가 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TOPIK 읽기 문제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거였다. 문제 안에 상식적인 이야기나 흥미로운 내용이 꽤 많았다. 그래서 가끔은 공부를 한다기보다 다른 나라 언어로 상식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건 대망의 쓰기문제였다. 쓰기 공부 방법은 사실 하나밖에 없다. “계속 쓰고,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 문제는 그 “누군가”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찾아봤다. TOPIK 준비반을 운영하면서 6급 받게 도와준다는 분들도 있어서 DM을 보내 연락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쌤한테 돈을 어떻게 입금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 당시 나는 완전히 시골 강쥐라 마스터카드나 신용카드 같은 것도 없었다. 결국 그 문제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다른 방법을 찾다가 HelloTalk 이라는 앱을 떠올렸다. 거기서 한국어 연습하면서 한국인 언니 한 명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상황을 설명하니까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언니 직업도 선생님이었다 ㅎㅎ 그래서 아마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던 것 같다. 정말 하늘이 보내준 천사님이었다!   그 언니가 나에게 “일주일에 글 3개 정도 써서 보내라.” 했고, 나는 주제를 정해서 글을 쓰고 보내면 언니가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고 피드백을 해줬다. 주제는 내가 정하기도 하고, 요즘 사회 문제 같은 걸 쓰기도 했다. 그 언니는 쓰기뿐만 아니라 공부하면서 헷갈리는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다. 덕분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듣기 문제 풀고, 읽기 문제도 풀고, 단어 외우고, 이틀에 한 번씩 쓰기까지 하는 공부 루틴을 계속 유지했다.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내가 특히 약했던 문제 유형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나는 특히 신문 기사 유형 문제가 어려웠다. 어려운 단어가 꼭 하나씩 있어서 그걸 모르면 아예 답을 고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문 기사 문제만 따로 정리해 둔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단어를 모르더라도 문맥으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쓰기 문제 예상 문장들도 정리해서 외웠고,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는 TOPIK 준비 방송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정말 쉬지 않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 그 결과 지금은 TOPIK 시험을 언제 다시 봐도 자신 있게 볼 수 있게 되어버리는 것 같고, 한국어도 하루에 한두 번은 “한국어 잘하시네요” 라는 말을 듣고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그때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하긴 했던 것 같다 ㅎㅎ